09/10/16
현재 내가 사용중인 방은 밖으로 바로 통하는 작은 문이 있다. 아침에 나는 그 문을 통해 해가 벌써 올라왔음을 알았다. 거실로 나가 수영장 쪽의 문을 열자 밝은 햇살과 새소리가 나를 맞아주었고 활기찬 아침의 기운이 느껴졌다. 햇살은 벌써 이 땅을 덥히기 시작했다. 나는 함부로 나가선 안될 것 같아 간단한 운동을 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아저씨가 들어오셨다. 엥? 아직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아침산책을 하고 오신 것이었다. 매우 부지런하시다. 아저씨께서는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사진 찍으시고는 이내 빵을 사러 나가야겠다고 하셨다. 함께 가자고 말씀드렸더니 아니라며 계속 운동하라고 하시곤 혼자 나가셨다.
빵,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데 나는 사카린 방울을 떨어뜨린 단 커피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설탕을 100g 정도 떨어뜨린 것과 맞먹는 단맛이 사카린 몇 방울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아침 후 오늘은 산 안토니오 동상이 서 있는 산에 올라가자고 하셨다. 오랜만에 하는 등산이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차로 동상 앞까지 올라갈 것이라 하셔서 나는 입구에서 내려 따로 걷기로 했다. 차로 가는 길에 ‘죄송합니다, 저는 포르투갈어를 말할 줄 모릅니다’ 를 배웠으나 잘 외우다가 동상 앞에서 어떤 이가 말을 걸었을 때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아저씨는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시다가 나중에 내게 와 포르투갈어 모른다고 이야기했냐고 물어보셨는데, 나는 까먹어서 못했다고 했더니 그저 웃으셨다.
산 안토니오 동상이 서 있는 곳의 광경은 앞의 위치한 해변도시를 따라 저 멀리 섬까지의 풍경을 다 보여주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아침에 등산하여 사진 찍었던 해변도시가 비슷하여 생각났지만 그것과는 다른 브라질만의 느낌이 있었다. 저 앞에 보이는 거대한 섬(Ilhabela)은 약 1억 6천만년 전에는 화산이었다가 활동이 없어지고 점차 해수면이 올라오면서 현재의 섬으로 되어버렸다. 그곳에서 아저씨와 둘이 사진찍고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 내외는 종종 찾는다고 하신다. 두 손 꼭 잡고 아주머니께서 무서워하지 않는 곳에 데려가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무튼 이러한 장소들은 일반 여행객으로서는 어지간해서 찾아오기 힘든 곳들이기에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고 지금 이렇게 작성 중이다.
습기 때문에 땀이 비오듯 했다.
멋쟁이 두 분
손 꼭 잡고 이리저리 설명해주시는 아저씨.
그 후 우리는 장을 보러 갔다. 까미노를 함께 걸었던 아저씨에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속해있는 갈리시아 지방의 문어요리를 해주기로 했기 때문. 브라질에는 없는 재료가 없는 듯 하다.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마트인데 브라질 것들만 파는 게 아니라 간장까지 있으니. 한국식 배추, 무, 순무, 비트, 고수, 바질 등 각 나라마다는 찾아보기 힘든 재료들이 있는데 이곳에는 그냥 다 있었다. 육류도 많고 신선하기에 어떤 음식을 시도하기엔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아래 사진들은 마트에서 장보고 가면서 들린 수산시장.
날씨가 정말 좋다.
오늘 잡은 생선인지 신선하다.
문어 한마리를 통째로 사려고 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서 포기
상어고기. 예전에 호주에서 일하면서 몇 번 먹어봤는데 닭가슴살처럼 뽀야면서도 생선치고 냄새도 안나고 단단한 살을 가진 상어는 꽤나 재밌는 식감을 가졌다.
상어껍질을 벗긴 모습. 상어는 껍질이 질긴 편이라 먹기가 힘들다. 참고로 상어를 보호하는 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일 년에 약 1억마리 정도의 상어가 사냥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샥스핀만 얻고 바다에 도로 버린다고 한다. 그 샥스핀의 90퍼센트 이상이 홍콩에서 소비된다고. 엄청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전부 다 소비하면 괜찮다는 개인적인 생각.
여러 종류의 새우도 팔았는데 새우젓을 담그는 아주 작은 새우도 보게되어 반가웠다.
돌아와서 스텔라를 한 잔 마시는 동안 아저씨는 브라질 모히또인 까리삐리냐(Caripirinha)를 만드신다.
이 음료는 브라질 사탕수수로 만든 카샤사(단 맛이 없고 보드카나 사케와 비슷하다. 40도 정도)와 설탕, 라임을 넣어 만든다. 어우 강력한 맛.
내가 아저씨께 바로 문어를 요리하면 좋겠냐고 여쭤보니 아저씨부부가 점심을 할테니 문어는 저녁에 먹자고 하셨다. 그리고나서 만들어주신 점심인 모케카(Moqueca). 브라질 동부 바이야(Bahia)지방의 생선수프인데 여러가지 채소와 함께 푹 끓여 만들어서 정말 맛있고 한국인 입맛에는 생선 탕이나 찌개같은 느낌이다. 비린 맛이 없어 좋았다. 사진보다 엄청 크게 끓이셔서 다음 날 점심까지 먹었는데 결국 내가 끝을 냈다. Can I finish it?
저녁은 드디어 내 몫이다. 방에서 왕좌의 게임을 보고 있었는데 7시 즈음에 아저씨가 문자로 오늘 너가 저녁 요리 해야하는거 잊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깜빡하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미안하다며 부리나케 준비했다.
스페인 갈리시안 지방은 대서양과 붙어있어 해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동떨어져서 그런지 그닥 맛있게 먹은 음식들은 많이 없다. 포르투갈 포르투로 내려가면 마찬가지로 대서양과 접해있는데 음식들이 훨씬 낫다. 그래도 문어 요리만큼은 술안주로 훌륭한 편. 특히 한국에서 비싼 문어를 마음것 먹은 기억이 있다. 갈리시안 문어요리(pulpo de Galicia)는 한국의 데쳐먹는 것과는 달리 부드러워질때까지 푹 삶는 게 특징이다.
삶은감자, 올리브유, 파프리카 파우더, 굵은 소금을 툭툭 쳐서 먹으면 안주로 일품
정말 아쉬웠던 게 이곳에 갈리시아 지방 맥주가 있었는데 도착한 날 다 마셔버려서 까미노 때의 기분을 완벽하게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와인이 어딘가 ㅎㅎ
양초를 닦아내지 않고 그냥 두니 저렇게 멋있게 꾸며졌다.
아주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디저트. 밥에다가 연유를 잔뜩 넣고 그 위에 파프리카 파우더를 넣어 먹는다. 칼로리 대폭발. 나에겐 너무 달고 배가 부른 상태라 먹지 않았다.
오늘도 기분좋게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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