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16
아침에 일어나 오랜만에 뜀걸음을 했다. 비가 약간 왔지만 문제 없었다. 다행히 무릎도 나아가는 추세인 듯 하다. 많이 아프지 않고 눌렀을 때에만 미세한 통증이 있을 뿐이다. 다만 그간 쉬었기에 지구력이 딸린다. 이 부분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겠지.
아주머니는 오늘도 결국 함께 하셨다. 나야 물론 좋다. 아저씨와 둘만 있는 것보다 아주머니와 함께 있으니 셋이 안정감이 생긴다. 아저씨도 말이 전부 다 나와 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머니와 함께 있으면 셋이서 서로 좋은 것이다.
오늘 방문했던 일라벨라 섬은 어제 산 안토니오 산에서 보았던, 예전에 화산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섬이다. 하루종일 약한 비가 내렸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짐작가는 섬이다. 우리가 단지 그곳에서 했던 것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인포메이션 센터를 방문하고, 낚시 하는 것을 잠깐 구경했을 뿐이다. 카페 옆 상점에서 옷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 한 브라질리언 무리가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시안이라서 말을 거는가 싶었는데 나보고 내 이름을 말하며 네가 맞냐고 물었다. 나는 속으로 놀라면서 뭐지 이 사람들? 같은 생각을 했는데 이 사람들은 이내 자신들이 카드를 주웠는데 지금 관광객으로 보이는 아시안은 나밖에 없어서 내게 온 것이었다. 나는 정말 다행히 카드를 찾은 것이고. 만약에 찾지 못했다면 나는 어디에선가 또 3주 이상을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남자 2분과 어린아이 한명, 여성 한 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 섬에도 안 좋은 점이 하나 있었는데, 들어올 때는 조금 기다려서 배를 탔던 것이 다시 육지로 돌아갈 때에는 약 3시간 정도 도로에서 기다려야만 했다는 것. 평상시에는 전혀 이러지 않다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듣고보니 원래 차량 100여대가 들어갈 만한 큰 화물선이 있었는데 현재 그것이 고장나는 바람에 작은 배들로 오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량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던 것. 때문에 우리는 제대로 된 점심을 먹진 못했지만 아주머니와 나는 브라질 거리간식 이었던 옥수수를 먹을 수 있었다. 옥수수 알맹이를 썰고 나서 치즈인지 버터인지를 위에 뿌려 버무려 먹는 것이었는데 배고파서였는지 매우, 매우 맛이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아저씨는 굉장히 피곤해하셨다. 나 또한 그 느낌을 안다. 하루종일 운전대를 잡는것만 해도 매우 피곤한 일인데, 계속해서 기다리고 조금씩 움직였으니 더 피곤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아저씨께서는 오자마자 배도 고프셨기에 바로 슈하스코 준비를 하셨다. 두 분 이었으면 밖에서 먹고 들어오셨을텐데 내가 있으니 만드시는 것 같았다. 슈하스코를 만들어먹는다니. 여러 국가에서 말로만 들었고, 아저씨네 사업장에서 점심을 먹을 때 매일 담아왔던 슈하스코.. 그러나 만들어먹는 슈하스코는 처음이었기에 매우 기대됐다. 아저씨와 나는 고기를 굽고 기다리면서 브라질 전통주인 Cachassa(카샤사) 를 마셨다. 와 도수가 소주의 거의 두배인 40도라 쉽게 훅 마실 수가 없었다. 그래도 소주 특유의 그 화학적인 맛은 나지 않아서 역하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그렇게 재밌게 사진도 찍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사이 고기는 다 익었고, 아저씨가 마지막 소고기를 꺼내 잘랐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연기가 모락모락하게 나는 고기를 커다란 집게로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슥슥 써는 모습을 보며 고기는 저렇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금은 생각이 좀 덧붙여진 것이 브라질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줄 안다는 것. 왜냐하면 고기는 너무 커도 요리하여 먹기 힘들고 너무 작으면 육즙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씹는 맛이나 육즙을 즐길 수가 없는데 이 슈하스코 정도의 두께와 크기라면 정말 먹는 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오버쿡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맛이 뛰어났다. 소시지도 정말 맛있었다. 호주 것들이랑 차원이 달랐다. 브라질의 것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기 맛을 아는 이들이기에 잘 만들지 않나 싶다. 결국 이 날의 마무리는 카샤사를 맥주에 넣은 폭탄주로 끝이 났다.
고프로 설명회2 아저씨는 분명히 사실것이다
일라벨라 섬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한다.
해가 비치면 정말 예쁠 것이다.
일라벨라 섬의 인포메이션 센터는 예전에 구치소(?)였다. 현재는 박물관 겸 안내소로 이용된다.
visitor centre
관광객 안내소 앞에서 아저씨 부부 한 컷.
오, 영화 캐리비안 해적에서나 보았던 유리병 안의 배다. 볼수록 신기하다. 어떻게 저 병 속에 배를 집어넣었을까? 어떻게 작업했지?
섬에서 육지로 돌아오는 길에 엄청 차가 막혔을 때이다. 배가 너무 고파 아주머니와 함께 차에서 나가 먹은 옥수수. 저 치즈인지 버터인지를 발라주는 솔은 옥수수 나무로 만들었다. 올ㅋ
이런 맛이! 짭짤하고 고소하니 맛있다.
피곤하지만 츄라스코를 준비하시는 아저씨 소고기가 우둔살인데 크다.. 비단 저것만 해도 어떻게 먹을까 걱정인데, 브라질 링귀사(소세지 비슷한 것)와 닭날개까지 있다. 저걸 셋이서 어떻게 먹지
소금을 이렇게 잔뜩 한쪽에만 뿌린다.
고기가 익는동안 브라질 술 카샤사와 맥주 한 잔. 브라질에서는 카샤사를 먹고 그 강한 알코올 기운을 없애기 위해 맥주 한 모금 마신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도전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들 후후. 닭, 돼지. 소 콤보는 츄라스코의 정석이다.
링귀사가 먼저 익어서 한창 먹다보니 소가 익었다. 드디어 드러나는 오늘의 주인공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이정도 되시겠다
한국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먹는다고 알려드렸다. 물론 둘 다 맛이 없으나 섞어마시면 엄청난 술이 된다고도 설명해드렸다. 다른 나라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맥주 아깝고 보드카 아깝다. 그러나 아저씨께 한 번 권해드렸다. 잘못한건 40도나 되는 술의 샷 하나를 통째로 섞어버려서 알코올의 강한 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마시기 힘든 것. 아저씨는 이것을 마지막 잔으로 들이키시고는 나와 함께 후다닥 정리하고 들어가 주무셨다. 고생하셨어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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